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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주안 춘천청소년꿈키움센터 전문강사
2017/09/14 09:1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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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우리의 관심으로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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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뉴스를 접하는 마음이 무척 안타깝다. 부산여중생폭행사건이 발생하자 여기저기에서 비슷한 사건들이 올라오고, 급기야 소년법을 폐지하자는 여론과 함께 국민청원에 동참한 사람이 26만 명을 넘어섰다.


청소년과 관련된 일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무거운 심정이다. 도를 넘는 청소년들의 이런 행동을 보면서 내가 만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떠 올려 보게 된다.


학생들이 열심히 자신의 손가락을 살펴보고 있다. “선생님, 제 손가락이 약간 거무스름한데요, 괜찮을까요?” 저마다 손가락을 살펴보며 내심 걱정스러운 표정들을 짓고 있다.


지금은 금연교육시간이다. 나는 학교에서 흡연문제로 교육을 받으러 온 학생들을 대상으로 담배와 관련 된 질병에 대해서 수업을 하는 중이며, 조금 전까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말했던 아이들은 거짓말이 탄로 난 것도 잊고 질병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며 여러 가지 질문과 토론을 하고 있다.


현재 내가 수업을 하고 있는 기관은 춘천청소년꿈키움센터이다.


이곳은 법무부 소속기관으로 전국 시도 지역에 16개가 운영중이며, 나는 춘천센터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다.


이곳에 오는 아이들은 학교 부적응 및 비행초기의 위기청소년들이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일정기간에 걸쳐 법 교육 및 인성교육, 체험교육 등을 받고 퇴소하게 된다.


대부분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교육을 받으러 오다 보니 수업에 대한 집중도가 높지 않은 편이며 무기력한 아이들이 많다.


새벽까지 친구들과 소주를 마셨다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중학생 여자아이, 술을 마시고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남의 차를 들이받고 온 고등학교 남학생, 같은 반 급우를 때려서 학교폭력으로 신고 된 중학생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학생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아이들이다. 자신의 행동을 자랑하듯 이야기하는 아이들을 보며 한숨이 나올 때도 있지만 한 명, 한 명 얘기를 나누다보면 어쩌다가 저런 사고를 쳤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여린 심성을 가진 아이들이 많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아이들을 판단한다는 것은 엄청난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몇 해 전, 날씨가 제법 쌀쌀했던 초겨울이었다.


교육과정의 하나로서 산행이 계획되어 있었다. 가까운 금병산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산행에 나섰는데, 사실 나는 산에 가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걱정을 하며 길을 나섰다.


나의 생각은 현실이 되어 금방 뒤처지기 시작했고 기다리는 아이들과 선생님들께는 걱정하지 말라고 말을 했지만 일행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조금씩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때, 한 남학생이 저만치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 말동무가 되어 나의 걸음에 보조를 맞추고 낙엽이 쌓인 곳이 미끄럽다며 길을 만들어 주었던 아이, 산행의 마지막까지 옆에서 나를 챙겨주었던 마음 따뜻한 그 아이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할머니와 살면서 방과 후에는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겉으로 봐서는 무뚝뚝하고 인상이 강해서 다가가기 어려운 학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할머니를 대신해서 집안일을 하고 음식도 잘 만든다며 자랑하는 평범한 학생일 뿐 친구의 물건을 빼앗은 아이라고는 여겨지지 않았다.


7살 때 처음으로 가출을 하고 집 뒷산에서 잤다는 아이.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렸던 아이는 결국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되었고, 소년원에 가도 괜찮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다닌다.

친구를 때리고, 물건을 빼앗는 일은 정말 잘못된 행동이지만 누가 과연 이 아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이 아이들이 평범한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면, 그래도 지금과 같은 잘못을 저질렀을까?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하고 상담을 하면서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도대체 너는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라며 나무라곤 한다.


하지만 그 아이들의 버킷리스트 속에는 항상 부모님이란 존재가 있다. 아이들은 부모님께 너무 죄송하다고, 돈을 많이 벌어서 꼭 해외여행도 시켜드리고 집도 사드리고 싶다고 다짐을 한다.


사춘기의 뇌는 지금 리모델링 중이다.


인지의 뇌와 감정의 뇌가 불균형한 상태이기 때문에 어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들을 한다.


이른바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것이다.


반면, 사춘기는 무한한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사춘기를 보내면서 얼마나 좋은 경험을 다양하게 하는가에 따라 리모델링의 방향이 결정 될 것이며 아이의 남은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모범답안을 찾을 수 있도록 등대가 되어 주어야 한다.


혹자는 아이들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며 단언하기도 한다. 물론 상담 한 번 받았다고, 교육 한 번 받았다고 아이들이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그러나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 것처럼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은 어느 순간 틀림없이 아이들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그 일선에 춘천청소년꿈키움센터가 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가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춘천청소년꿈키움센터는 언제까지나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함께할 것이다.


센터에서 교육을 마치고 나가면서 아이들은 다짐을 한다. 금연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다시 금연에 도전해 보겠다고, 인성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앞으로는 절대 사고치지 않겠다며 힘차게 하이파이브를 하고 문을 나선다.


이 다짐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부모들도 자녀세대의 문화에 대해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자녀와의 소통에 필요한 교육을 받는 등 적극적인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부모님의 사춘기 시절을 떠올려 보라. 그때도 어른들은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렇지만 건강하게 사춘기를 보내고 지금은 좋은 부모가 되어 있지 않은가? 뿐만 아니라 내 아이의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지 않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이 아이 옆에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더라면...’ 청소년 상담을 하면서 자주 하게 된 생각이다.


잇따라 발생하는 청소년 범죄에 대해 많은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역시 소년법 개정과 관련해 관심을 표명했다.


잘못을 저질렀다면 이에 응당한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옳다.


하지만 법으로써 주어지는 사회적 책임도 필요하지만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우리 모두의 관심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아프리카의 격언 중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단 한 사람은 비단 가족뿐만이 아니라 누구든지 되어줄 수 있다.


아이들이 자신의 인생을 실패라 여기지 않고 잠시 실수한 것뿐이며, 다시 일어서서 잘 할 수 있다고 스스로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 모두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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