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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진 춘천소년원 교사
2020/04/24 14:4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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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문턱, 갈림길에 선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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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타임즈김장회 기자 = 서울양양고속도로를 달려 동해바다를 향하다 보면 춘천이라는 이정표 하나를 볼 수 있다


춘천(春川)은 강원도 내륙에 자리한 작고 한적한 도시다.


산맥의 구석구석에서 발원한 샘물들이 강줄기를 만들고 이 작은 도시로 모여들어 북한강을 이루며 서해로 흘러간다.


맑고 풍부한 강이 감싸고도는 작은 도시에 봄이 왔다


이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을 맞이한 것이다


그리고 이 봄의 고장에서 봄이 조금은 늦게 올 것 같은 곳에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다.


학교명 신촌정보통신학교, 혹은 춘천소년원이 바로 그곳이다.


춘천소년원에는 죄를 지은 10대 소년 100여명이 생활하며 인성교육과 직업훈련을 받고 있다.


인생의 봄과 계절의 봄을 함께 맞은 소년의 가슴은 아름다운 계절의 풍광과 싱그러운 산들바람 앞에 더욱 설렌다.


소년원은 죄를 지은 청소년들을 일정기간 사회에서 격리해 교육하고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기관으로 소년법에 근거해 설립된 기관이다.


근래들어 10대들의 흉포한 범죄가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되면서 이 소년법에 대한 폐지여론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 비행은 매우 다양하다


그저 한숨만 나오는 어이없는 행동부터 언론에 보도된 흉포한 범죄까지 다양해 그저 몇 마디 말로 청소년 비행은 어떤 종류가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그들은 범죄를 저지르게 된 것일까?


태어날 때부터 특별한 불량함이 그들의 가슴속에 들어 있던 것일까? 부모의 잘못된 양육방식 때문일까?

척박한 사회가 순수한 아이들을 비행으로 내몰았을까? 아니면 단순히 어린 시절의 치기어린 방황일까? 아마도 모두가 일정부분 맞고, 또 일정부분 틀릴 것이다.


나는 소년원에서 아이들을 직접 접하며 아이들 숫자만큼이나 많은 상황들을 보고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버려져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양육시설에서 자라온 아이도 있고, 자아가 형성되는 청소년 시절 본보기가 될 수 없는 어른들을 보며 자라다 비행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갈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다 우연찮게 비행의 길로 접어든 아이도 있고, 부모의 지나친 양육방식에 반발해 비행을 저지르거나 반대로 부모의 방임으로 비행에 이르게 된 경우도 많이 보아왔다.


그저 친구가 좋아 친구들과 어울리다 비행에 이르기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피해자가 가해자로 변하기도 한다


지적으로, 육체적으로 사회의 요구에 부합하지 못하여 비행에 이르기도 하고 자신의 재능을 과신하여 거만하게 굴다 비행에 이르기도 한다.


비행이라는 결과는 같아도 비행에 이르게 되는 이유는 너무도 다양하고, 또 많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청소년들의 비행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해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다양한 원인들이 있다고 해도, 그 모든 원인들의 저변에 한 가지 공통된 원인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어리석음이다.


사람이 죄를 짓는 데는 그 근간에 항상 인간의 어리석음이 존재한다.


세상 어느 누가 어리석지 않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사람 사는 세상에는 법이 서야할 자리가 있고 또한 교육이 서야할 자리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상이 아직은 미성숙한 인격체이고, 그래서 아직은 가능성을 가진 청소년들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


소년법은 바로 그러한 이유로 법이 교육에게 일정한 자리를 양보한 것이다.


물론 청소년 범죄를 처벌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인권이라는 단어가 죄를 짓고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오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


청소년 범죄는 보다 단호하고 엄격하게 대응해야 한다.


죄를 지으면 그만큼 대가가 분명히 뒤따른다는 사실을 인지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 소년법이란 제도의 운용방법을 심도있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고 나아가 소년법 자체를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 모든 것이 처벌이나 응징보다는 교육과 상담의 견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은 따사로운 햇살이 온 몸을 비치 던 화창한 봄이었다.


그리고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이 흘러 어느덧 불혹의 나이가 되었다.


봄을 품은 고을 춘천(春川)의 봄도 이제 곧 지나갈 것이다


인생의 봄을 소년원에서 보내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인생의 여름과 가을, 또 겨울이 찾아올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에게 다가올 그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을 부여잡고 주인공으로 우뚝 설 수 있을까


소박한 꿈을 꾼다.


아이들이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고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해 미안함을 느낄 수 있으며, 잘못을 겸허히 품어준 사회의 관용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 마음속 희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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