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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용 춘천소년원 교사
2020/08/26 13:4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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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겨진 아이들, 하지만 찢어지진 않을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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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룡산 초목들이 한겨울 잠에서 깨 신록예찬을 위한 소리 없는 기지개를 펴는 20203월 어느 날 이 곳 춘천소년원에 부임하였습니다

발령만 받았을 뿐 소년원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은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들이 모여 있는 법무부 소속 기관정도였습니다.


이에 설렘도 있었지만 익숙하지 않는 곳에서 근무한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 또한 분명 컸습니다


이런 복합적인 감정을 안고 생활관에 들어선 순간, 한 아이가 일면식도 없는 저에게 먼저 인사하였고 손에 들고 있던 음료수를 건네주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내면의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점화되면서 얼굴이 붉어짐을 느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그 내면의 무엇은 제가 아이들에게 가졌던 선입견에 대한 부끄러움과 아이들도 변화될 수 있다는 믿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소년원 학교에서 6개월여 근무하면서 이 곳 아이들 또한 또래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호기심 많고,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며, 주위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써 외모에 관심이 많다는 것등등 여느 10대 아이들과 같았습니다.


다만 우리 아이들은 어린 나이 용인되지 않은 실수를 저질렀고 일정 기간 이 곳 소년원 학교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일 뿐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구겨진 지폐였습니다. 자신들의 가치를 모른 채 서서히 스스로를 구겨 갔으며 세상의 모진 비바람에 젖어 조금만 힘을 주어도 찢어질 만큼 스스로를 망가뜨렸습니다.


자신들의 가치를 모른 채 말이죠? 저는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너희들은 고유한 가치를 가진 지폐와 같은 존재라고, 아무리 밟혀 구겨져도 찢어지지 않는 한 너희들의 가치는 변하지 않기에 누구나 소유하려 할 거라고’, ‘그러니 더 이상 스스로 찢어져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버티라고


이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잠시 침묵했고, 저는 그 순간 희망이라는 별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가 보았던 별은 아직 빛을 잃지 않았고 작게나마 타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그들도 어두운 밤하늘의 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제가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은 달빛에 가려져 어느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던 이들을 바라봐 주고 작지만 밤하늘에 자신들의 존재를 알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은 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저 혼자 그들을 인정해 준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 같이 바라봐 주고 관심을 가져줘야 이루어 질 수 있는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밤하늘의 이름 모를 별을 바라봐 주고 그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의미 있는 별이 되는 것처럼 우리가 소년원 학교 아이들의 변화 가능성을 믿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줄 때 비로소 소중한 사회의 일원으로 환원 시킬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 소년원 학교 교사들은 아이들의 성공적인 사회 복귀를 위해 불철주야 뛰고 또 뛰고 있고 인성교육, 직업훈련, 검정고시 등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아이들의 개선 가능성을 믿기 때문에 가능한 과제입니다.


최근 갈수록 영악해지고 흉포화 되는 소년 범죄에 대한 사회의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소년법의 개정을 넘어 소년법 자체를 폐지하자는 목소리 또한 있습니다.


저 역시 예전부터 청소년 비행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현재 이런 아이들을 직접 대면하고 있는 소년원 학교 교사입니다.


청소년 비행이 과연 개인의 과오인가요? 우리가 그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저는 소년원 교사로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려 합니다.


그들이 더 이상 방황하여 비에 젖어 찢어지지 않도록 우산이 되어주려 합니다.


물론 세상을 향한 문을 닫은 우리 아이들을 감화시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누군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포기하지 않고 진심을 다해 들어준다면 세상에 벽을 쌓고 있던 아이들도 서서히 그 벽을 허물 것이라고


아이들은 아직 어리기에 청사진을 그릴 수 있고 이 청사진을 토대로 세상을 향해 출사표를 던질 날이 올 거라고


왜냐하면 우리 아이들은 구겨졌어도 아직 찢어지지 않은 지폐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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