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0.12.03 21:35 |
- 유동연 춘천소년원 교사
2020/10/23 20:37 입력
트위터로 기사전송 페이스북으로 기사전송
"포기하고 쉽지 않은 나의 바램"

[꾸미기]유동연.jpg
낯선 곳에서 걷는 것을 좋아한다


아무 버스나 타다 내려, 다리가 뻐근할 때까지 걷는다.


목적지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떠나는 이런 여행 후에는 나만이 아는 풍경이 생긴다.


내게는 소년원도, 나의 삶에서 그렇게 걷다가 만난 곳이다.


이곳에서 만난 소년들에 대한 느낌을 나누고자 한다.


소년들을 대할 때 반대 방향의 감정들을 강하게 경험한다.


우선 소년들의 이야기를 듣고, 생활을 같이 하면서 먹먹해지는 경우다.


이곳에서는 평범함이 참 소중함을 알게 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괴로운 과거, 깨어진 가정, 궁핍한 경제상황 등을 공유한다.


이런 요인들은 상호 연쇄적으로 작용하여 끔찍한 수렁이 된다. 물론 열악한 환경에서도 바르게 사는 청소년들이 많다.


그래서 사회는 소년들의 자유를 제한한다. 하지만 잘못이 온전히 이들 때문만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을 포기하지 않는다.


반면,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차가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온갖 대담하고 다양한 범죄이력, 눈살 찌푸려지는 거친 언행과 규율위반, 반복되는 비행 등을 연이어 보게 되면, 이들이 힘겨워지는 경우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소년원 교사는, 이들 생활의 전부를 지켜보고, 교육해야 한다.


소년들 개개인의 특성을 모두 파악하고 일대일로 대하는 것이 이상적이겠으나, 소년원은 일반 사회에서 속칭 문제 학생, 위기청소년이라고 불리는 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단체로 모인 곳이다.


따라서 자원의 제약과 대상의 특성상 그럴 수 없어 분류하여 대면 방식을 달리한다 .


방식은 교사들의 수만큼이나 다양할 것인데, 나의 방식은 이렇다.


첫째, 지시를 안 듣고, 거친 언행으로 규율을 어기는 소년들.


이들은 사회에서의 언행을 이곳에서도 버리지 않고, 교사를 괴롭게 한다. 하지만 포기는 없다.


끊임없이 다독이고 야단치며, 이들의 행동과 특성을 기록하고 요약한다. 평소에도, 그리고 문제가 발생할 때 마다 수시로 상담한다.


규율을 지킬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힘이 부친다.


둘째, 소년원 생활에 너무 잘 적응한 소년들.


이들은 반복적인 범죄로 이미 과거 소년원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표면적으로 교사들과의 좋은 관계 맺음을 형성함으로써 이를 매개로 규율의 경계선을 줄타기하며 이득을 얻고자 한다.


타협하면 그만이고,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타협이라는 단어에 근접해 있지만 교사로서 최소한의 역할은 정답이 아님을 알기에 더욱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매사 정확하게 짚어주고 합리적으로 지도하며, 원칙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기 위해 노력한다.


셋째, 이도저도 아닌 평범한 소년들.


이들의 과거가 오롯이 새겨진 문서와 문신만 아니라면 범죄를 행했다고 생각하기 힘든 조용한 부류이다.

반항도 요구도 많지 않다.


그냥 보통의 아이들로 대한다.


지도하는 면에서는 어찌 보면 심신이 편하다.


그런데 이들 중에 과거를 후회하고 인생을 고쳐보고자 손을 내미는 소년이 가끔 있어 마음을 괴롭게 한다.


소년들을 분류하던 눈으로 나 자신을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장학후원, 진학상담, 취업알선 등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탐색하지만 의욕만 앞설 뿐 쉽지 않다.


이것이 교사로서 스스로 해결하고 풀어야할 숙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수 없이 되뇌인다.


소년들을 둘러싼 열악한 상황들은 해결될 수 없는 것들이다.


삶을 바꾸려면, 소년 자신이 달라지는 방법뿐이며, 그것도 세상을 바꾸는 것만큼 어렵다.


세심하고 끈질기고 충분한 조력이 있어야 겨우 바랄 수 있을 것인데, 그들이 내미는 손을 잡을 때마다 나는 그런 능력도, 자원도, 의지도 부족한 적당히 이기적인 사람임을 느끼게 된다.


많은 소년들이 이곳에 들고 난다.


교사들은 여러 제약과 결핍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삶의 궤도로 이들을 유도하지만, 삶을 바꾼다는 건 참 어려운 일임을 절감하면서 그들을 보낸다.


손을 잡았던 소년들조차도, 이제 손을 놓고 걸어가는 방향은 여전히 어둡고 뿌옇다는 것을 실감한다.


다만 손 안의 온기를 기억하고, 흔들리는 기로에서도, 자신 안의 평범함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걸어가기를 바란다.

 

kwtimes@hanmail.net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kwtimes@hanmail.net
강원타임즈(www.kwtimes.co.kr) - copyright ⓒ 강원타임즈.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화제의 포토

화제의 포토더보기

  • 저작권정책
  • 회원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회사명 : 강원타임즈 ㅣ발행인:김영회ㅣ 편집인 : 김장회 ㅣ전화번호 (033)533-0359 ㅣ등록번호 : 강원도 아 00056 ㅣ 등록일자 : 2009.10.05.
    ㅣ 등록발행일 : 2009.10.05.   우) 25713 강원도 동해시 해안로635-5, 103동 1402호(발한동,동해발한석미모닝파크) 
    E-mail : kwtimes@hanmail.net , 기사제보 및 광고문의 : 010-2389-4540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장회
    강원타임즈의 모든 컨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해 무단 전재 .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c) kwtimes.co.kr All Rights Reserved.
    강원타임즈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