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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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공무원 시험 합격 후 나는 경기도 소재 보호관찰소에 임용되어 소년관찰 업무를 담당했다

보호관찰 제도는 죄를 범한 자의 재범방지 및 건전한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해 대상자를 지도·감독하고, 더하여 준수사항이라는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교도소, 소년원 등 시설에 수용하지 않고 사회 내에서 일정한 준수사항을 명하여 이를 지키도록 하고 필요한 때에는 원호하여 그의 개선-갱생을 도모하는 처분으로 이해하면 된다.


당시 27살 청년이었던 나는 난생 처음 소년 상담이란 일을 접하였고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흘러 수많은 소년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울기도 하고 그들의 앞날을 축복하고 격려하며 크게 웃기도 했다.


또한 그 시간동안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아 양육하면서 부모의 마음으로 소년들을 지도하였는데 때론 이들의 일탈이 너무나도 버거워 좌절할 때도 있었다.


소년들이 소재불명, 재 비행 등의 준수사항을 위반하게 되면 보호관찰법 위반으로 보호처분 변경 신청이 가능하고 신청이 인용되면 다시 보호관찰 처분을 받거나 소년원 학교에 수용되는 경우도 있다.


소년들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애정과 관심을 갖고 지도했지만 법률을 위반했을 때는 소년원 학교에 보내 법의 엄중함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소년원 학교가 죄를 지은 소년들을 일정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해 교육하고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인 것은 알았지만 정작 소년원에 입원한 소년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어떤 교육을 받는지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했다.


다만 소년원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후 보호관찰을 성실하게 받는 조건으로 임시 퇴원한 소년들을 다시 지도하고 상담하면서 그래도 이전보다는 생각이 깊어지고, 생활 습관이 많이 개선됐구나라는 생각만 했을 뿐이다.


그리고 올해 7월 인사이동으로 춘천소년원 근무를 명받았고 소년원 학교는 어떤 곳일까하는 막연한 궁금증부터 시작해서 전혀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는 소년들을 어떻게 상담하고 교육할 것인가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무더운 여름날 춘천소년원에 첫 발을 내디뎠다.


소년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에 그저 평범한 아이들처럼 앳된 눈빛이 돋보였고 씩씩하고 절도 있게 인사하는 모습에 긴장되고 어색했던 나의 마음이 조금씩 풀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때 한 소년이 다가오며 말을 걸어왔다.


선생님하고, 내가 소년보호관찰을 하던 중 준수사항을 위반했고 보호처분변경으로 재원중인 아이였다


10(장기소년원 송치, 2) 처분을 받고 1년 가까이 생활하고 있는 소년은 나를 만나자마자 반갑게 인사하며 이곳에서 열심히 교육 받고 컴퓨터 자격증과 미용기능사를 취득했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 한 켠에 짜릿한 전율이 느껴졌다. 나에게 소년원 학교는 처벌의 하나였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춘천소년원 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소년원 학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직업훈련, 검정고시, 정신건강증진 등의 교육을 받는다.


내가 첫 출근한 춘천소년원은 디저트 과정을 신설하는 등 최근 인기 있는 직업에 대한 소년들의 욕구를 반영하기도 했다.


이런 체계적인 직업교육, 각종 프로그램들을 통해 소년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각자 처분 받은 기간 동안 본인 과오로 생긴 결과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배우며, 저마다 자신의 미래를 꿈꾸고 있다.


소년들과 상담을 하면서 퇴원 후 계획을 물으면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요’, ‘이곳에서 취득한 헤어 자격증을 활용해 취업하고 싶어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군대에 가고 싶어요’, ‘직업군인이 되고 싶어요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


소년원 학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자신에 대한 이해와 앞으로의 계획, 가족의 소중함 등을 깨달으며 조금씩 성숙해지고 있다.


물론 나의 계획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아직 무엇을 할지 몰라 끊임없이 고민하고 걱정하는 친구들도 있다.


그러나 그들 모두는 더 큰 한걸음을 향한 힘찬 도약을 준비 중이고, 나는 그 큰 한걸음을 향한 그들의 준비와 노력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힘찬 응원을 지금도 보내고 있고 앞으로도 보낼 것이다.

 

kwtim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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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신 춘천소년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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