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카데미의 친구들 "시민을 외면한 행정, 결국 시민의 신뢰 잃어"
- 아카데미극장 철거 둘러싼 갈등 되짚으며 지방자치의 과제 제기
아카데미의 친구들이 2026년 6월4일 ‘아카데미극장을 잃은 도시, 원주시민은 무엇을 선택했는가’라는 제하의 논평을 발표했다.
아카데미의 친구들은 논평에서 이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 결과를 해석하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아카데미극장 철거를 둘러싼 갈등과 논란을 지켜본 시민들에게 이번 선거는 시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행정과 일방적인 의사결정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건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이번 선거 결과에서 지난 4년간 반복되어 온 불통 행정에 대한 시민사회의 분명한 경고를 읽는다.
우리는 아카데미극장 철거를 막기 위해 거리에서 싸웠고, 기록했고, 대안을 제시했다.
수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전문가들이 의견을 냈으며, 지역사회는 문화유산의 가치와 공공성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이어갔다.
그러나 시정은 이러한 목소리를 경청하기보다 이미 정해진 결론을 향해 달려갔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가 얼마나 쉽게 훼손될 수 있는지를 목격했다.
시민의 의견은 형식적으로만 수렴되었고, 행정은 설득보다 권한을 앞세웠다. 비판하는 시민들은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되었고, 행정에 문제를 제기한 시민은 법적 대응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공공의 문제를 함께 논의해야 할 공간은 점점 사라졌고 행정과 시민 사이의 신뢰는 깊게 훼손되었다.
아카데미극장은 결국 철거되었다.
우리는 극장을 지켜내지 못했다. 하지만 철거와 동시에 사라진 것은 건물만이 아니었다.
시민과 함께 도시의 미래를 논의할 기회, 문화적 기억을 보존할 가능성, 그리고 숙의 민주주의가 작동할 수 있다는 믿음 또한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난 몇 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아카데미극장을 지키기 위해 모였던 시민들은 지역의 공공성과 문화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었다.
시민들은 스스로 기록자가 되었고 연구자가 되었으며 행동하는 주체가 되었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지역사회가 가진 가능성과 힘을 확인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누군가는 정권 교체라고 말할 것이고, 누군가는 정치적 유불리의 결과라고 평가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아카데미극장 철거를 기억하는 시민들에게 이번 결과는 시민을 배제한 행정, 소통 없는 행정, 일방적인 행정이 더 이상 시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정치적 경고로 남을 것이다.
우리는 이번 결과를 특정 개인에 대한 심판으로만 해석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민과의 소통을 경시하고 공론의 과정을 생략한 행정 전반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인다.
지방정부는 시민을 통치의 대상이 아니라 동등한 파트너로 존중해야 하며, 시민을 설득하지 못하는 정책은 지속가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번 선거가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아카데미의 친구들은 앞으로도 아카데미극장 철거 과정 전반에 대한 기록과 평가를 이어갈 것이다.
철거 과정에서 제기되었던 절차적 문제와 정책적 오류, 시민 참여의 한계와 행정의 책임을 정리하여 백서와 보고서로 남길 것이다.
또한 관련 자료의 공개와 행정적 책임 규명을 위해 필요한 제도적 절차를 추진하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역사회와 함께 기억하고 성찰하는 활동을 이어갈 것이다.
우리는 복원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기억해야 한다고 믿는다. 기억되지 않는 실패는 반복되기 때문이다.
아카데미극장 철거는 끝난 사건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계속 성찰해야 할 과제이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묻고, 지역의 공공성과 문화 민주주의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계속 질문할 것이다.
새롭게 출범할 지방정부 역시 이 질문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시민과 소통하는 행정, 투명한 의사결정, 숙의와 참여에 기반한 민주적 거버넌스는 선택이 아니라 지방자치의 기본 원칙이다.
우리는 새 지방정부가 지난 갈등을 반면교사 삼아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지역의 문화적 자산과 공동체의 가치를 존중하는 시정을 펼쳐 나갈 것을 촉구한다.
아카데미극장은 사라졌지만, 그 극장을 지키고자 했던 시민들의 기억과 질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그 기억을 기록하고, 그 질문을 이어갈 것이다. 그리고 시민이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결정의 주체가 되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공론과 참여의 공간을 더욱 넓혀 나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