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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선 춘천소년원 교사
2020/05/21 18:5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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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걷고 있는 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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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서울대생이 몇 명이나 있나요? 서울대 가는 것 보다 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우리 아이들이 이곳 소년원에 왔습니다.” 


경찰행정학과에 다니던 내가 경찰보다는 소년원 학교 교사 또는 보호직 공무원의 꿈을 키울 무렵 모소년원 선생님께 들었던 가장 인상 깊은 말이다.


그저 농담으로 들으며 따라 웃었던 나는 2019128일 드디어 춘천소년원에 신규 임용됐다.


그리고 첫 공직생활에 대한 설렘과 걱정, 비행청소년들을 마주해야한다는 두려움에 가득 찬 하루하루가 모여 어느덧 14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내가 처음 만난 아이들은 소년부 판사가 사건의 조사-심리에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춘천소년원에 임시 조치한 여학생들이다.


비행청소년이라는 말에 지레 겁먹은 아이들과의 만남엔 이내 어색한 기류와 수분간의 정적이 감돌았고 그 정적을 깬 것은 내가 아니라 선생님!’ 하며 밝은 목소리로 나를 부른 한 여학생이었다.


순간 아이와의 기 싸움에서 절대지지 않겠다고 다짐 한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아이들과 쉽게 친해졌다.


아이들은 나를 친언니처럼 잘 따랐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고민은 쌓여갔다.


내가 과연 소년원 학교 선생님이라는 호칭에 걸맞게 잘하고 있는지’, ‘무심코 하는 나의 행동이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는 것은 아닌지’, ‘혹시 나도 모르게 비행청소년이란 선입견 안에서 아이들을 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이니 마냥 엄하게 지도해야 하나’, ‘아니면 흔하게 듣는 그저 좋은 말로 보듬어주어야 하나등등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중-고등학교 시절 나의 모습을 회상했다.


노는 것이 좋아 늦게까지 어울려 다녔고, 이 없는 반항과 근 없는 오기를 부려보기도 했다.


삼삼오오 짝지어 다니는 것이 마냥 재밌었고 친구가 좋았다.


그러나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 봐도 그 이상, 그 이하의 것도 없는 평범한 학창시절이었다.


한명, 한명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세상 누구보다 순수하고 착한 아이들. 각자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상처가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잘못이 정당 될 수 없기에 소년원 학교의 역할은 당연히 중요하다.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말을 쉽게 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것을 알면서도 아이들이 문제아로 낙인찍혀 불행한 길로 더 나아가는 것을 멈출 수 있도록 오늘도 춘천소년원의 모든 선생님들은 최선을 다 한다


나는 거창한 꿈을 말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내가 걸어온 평범한 기억의 시간을 가르쳐주고 싶을 뿐이다. 그럼 우리 아이들도 좋은 어른이 되어 선한 영향력을 곳곳에 펼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진심을 모아 아이들을 응원한다.


그리고 내가 지금 걷고 있는 길 위에서 아이들을 위한 또 다른 길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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